AI & Tech/AI 뉴스 & 트렌드

"삼성전자, AMD 손잡았지만… 그런데 왜 모두 엔비디아만 쳐다볼까?"

EchoLogic 2025. 6. 17. 16:08

삼성전자가 마침내 AMD의 차세대 AI 가속기 ‘MI350’에 고대역폭메모리(HBM3E)를 납품하며 다시 전장에 나섰다. 한동안 HBM 경쟁에서 밀리며 체면을 구겼던 삼성전자가 ‘반전의 실마리’를 쥐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시장은 여전히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그래서, 엔비디아는요?”

AMD MI350에 탑재된 삼성 HBM3E: 의미 있는 진전

AMD는 최근 미국에서 열린 ‘AI Advancing 2025’에서 MI350 시리즈를 공개하며 삼성전자 HBM3E의 탑재를 공식화했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HBM 경쟁에서 재부상할 계기를 마련했다. MI350은 엔비디아의 블랙웰 B100/B200 시리즈를 겨냥한 제품으로, 메모리 용량에서 우위를 확보하며 AI 트레이닝 성능에서 강점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의 기술력이 새삼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수직 적층 기술’‘수율’ 때문이다. HBM의 핵심은 얼마나 많은 DRAM 칩을 정밀하게 쌓아올릴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이번 공급은 삼성의 적층 기술과 패키징 역량이 개선됐다는 것을 시장이 인정한 셈이다.

그러나 시장의 답은 여전히 ‘엔비디아’

AMD와의 협력이 고무적인 것은 사실이나, 시장 점유율이라는 현실 앞에서는 제한적인 효과일 수밖에 없다. 현재 AI 가속기 시장에서 엔비디아는 8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AMD는 약 10% 수준에 불과하다. 경쟁이라기보다는 ‘압도적인 독주’에 가깝다.

그 이유는 단순히 하드웨어 성능의 차이를 넘는다. 엔비디아는 자사 AI 가속기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그 중심에는 AI 연산 최적화를 위한 ‘CUDA 플랫폼’이 있다. AI 개발자들은 CUDA 기반에서 학습, 튜닝, 추론까지 모든 과정을 최적화하고 있으며, AMD 제품을 도입하려면 이 환경을 포기해야 한다.

즉, AMD가 가격이나 성능에서 엔비디아를 따라잡더라도 ‘생태계 장벽’은 쉽사리 넘을 수 없다. 이는 곧, 삼성전자 HBM의 주된 성장 경로가 결국 '엔비디아에 납품되는가'에 달려 있다는 말과 같다.

HBM 기술력은 분명 상승세… 그런데 왜 삼성만 못 뚫나?

흥미롭게도, 기술적인 측면만 놓고 보면 삼성의 HBM은 이전보다 훨씬 경쟁력 있다. AMD가 탑재한 HBM3E는 대용량 메모리를 안정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이는 적층 공정의 수율이 일정 수준 이상 도달했음을 보여준다. 또한 삼성은 열 방출을 줄이는 TSV(실리콘 관통전극) 기술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엔비디아와의 거리’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엔비디아에 HBM3, HBM3E를 선점 공급하며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하는 동안, 삼성은 후순위로 밀려난 상황이다. 내부 테스트나 전력 효율, 신뢰성 부문에서 일부 조건을 만족하지 못했다는 추정도 나온다.

삼성전자의 HBM 전략: AMD를 발판으로 삼아야

삼성전자가 현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은 AMD와의 협력을 통해 ‘성과를 증명’하는 것이다. MI350에 탑재된 HBM3E가 실제 AI 학습 환경에서 고성능을 입증한다면, 엔비디아 역시 다시 삼성의 제품을 검토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또한 향후 HBM4 양산에서 삼성전자가 기술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면, 시장 판도는 언제든 다시 흔들릴 수 있다. 이미 삼성은 TSV의 직경 축소와 미세 공정 도입, 열 방출 효율 개선 등 다양한 HBM4 대응 기술을 개발 중이다.

HBM 시장의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다

삼성전자가 AMD와 손잡고 HBM 전장에서 재등장한 것은 분명한 진전이다. 그러나 엔비디아라는 거대한 벽을 넘지 못하면 이 성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AMD는 삼성에 ‘기회’를 줬지만, ‘답’은 여전히 엔비디아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HBM 경쟁의 진짜 드라마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셈이다. 삼성전자에게 주어진 숙제는 이제 명확하다 - 기술력뿐 아니라 ‘생태계 설득력’까지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