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분기, 반도체 산업에서 역사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SK하이닉스가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매출 점유율 기준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이는 1992년 삼성전자가 일본 도시바를 따돌리고 1위에 오른 이후, 무려 33년 만에 처음으로 바뀐 순위다.
단순한 수치의 변화가 아니라, AI 시대를 주도할 메모리 전쟁에서 새로운 주인공이 탄생했다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1위 탈환의 주역은 단연 'HBM'
SK하이닉스가 D램 점유율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AI 시장을 이끄는 핵심 메모리, HBM(고대역폭메모리)의 압도적인 성과가 있다.
최근 AI와 고성능 컴퓨팅(HPC)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일반적인 범용 D램이 아닌, AI 전용 HBM 메모리의 수요가 급격히 늘었다.
이 흐름을 SK하이닉스는 일찌감치 읽고, HBM 기술에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했다.
그 결과, HBM 시장에서 무려 70%에 달하는 점유율을 기록,
엔비디아를 비롯한 글로벌 AI 기업들에게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며 매출에서 급상승을 이루게 됐다.
특히 HBM3E 12단 제품을 가장 먼저 공급한 것도 하이닉스였고,
HBM4와 HBM4E 역시 계획보다 빠르게 샘플 공급에 돌입하면서 기술 리더십을 확실히 굳혔다.
삼성전자의 전략적 실수
반면 삼성전자는 HBM 분야에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것이 뼈아픈 결과로 이어졌다.
삼성전자 DS부문장 전영현 부회장조차 주주총회에서
“HBM 시장 트렌드를 늦게 읽어 초기 시장을 놓쳤다”
고 인정할 정도였다.
HBM3E 공급 시점에서 SK하이닉스보다 1년 이상 뒤처졌고,
주요 고객사인 엔비디아와의 협업에서도 의미 있는 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
2025년 1분기에는 HBM 공급량이 전 분기 대비 줄어들고, 평균판매단가도 두 자릿수 하락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전략적 공백은 단순한 판매량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 먹거리인 AI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실기(失期)했다는 의미로 읽힌다.
범용 메모리 시장 부진의 여파
삼성전자가 집중해 온 DDR4, LPDDR4 등 범용 메모리 시장은 최근 들어 수요가 위축되고,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까지 더해지면서 가격 하락과 수익성 악화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범용 메모리에서 손을 뺀 것이 아니라,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면서
시장 변화에 훨씬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실제로 2024년 초까지만 해도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점유율 차이는 10% 이상이었지만,
불과 1년 만에 하이닉스가 36%, 삼성은 34%로 역전된 건 시장 구조 재편과 전략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무역환경까지 유리하게 작용
AI 서버는 기본적으로 ‘국경 없는 제품’이다.
따라서 미국의 대중국 관세 정책 등의 영향도 상대적으로 적다.
SK하이닉스는 이 부분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황민성 디렉터의 분석에 따르면,
“HBM 중심 포트폴리오는 글로벌 관세 리스크에 덜 취약하다.”
이런 시장 구조는 고부가 메모리로 전환한 하이닉스에게 호재,
범용 중심이던 삼성에게는 악재로 작용한 셈이다.
HBM4·HBM4E로 이어지는 기술 선점
이번 점유율 역전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SK하이닉스는 HBM4, HBM4E 양산 준비까지 앞서 있기 때문이다.
이미 12단 적층 기술을 기반으로 한 샘플을 주요 고객사에 제공했고,
AI 반도체의 다음 세대 수요를 선점할 준비를 마쳤다.
SK하이닉스 HBM사업기획 부사장 최준용은
“HBM4 12단 양산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HBM4E도 적기에 공급하겠다.”
며 리더십 지속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삼성전자의 반격은 가능할까?
삼성전자도 물론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HBM4 및 후속 제품에 대한 개발을 지속 중이며,
2025년 하반기에는 12단 HBM3E 제품을 통해 시장 재진입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이미 시장에 안착한 SK하이닉스의 기술력과 고객망을 단기간에 추격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도
“2분기까지는 SK하이닉스의 선두 구도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고 전망했다.
SK하이닉스가 33년 만에 삼성전자를 제치고 D램 시장 1위에 오른 것은
단순한 판매 전략이나 운이 아니라,
HBM 중심으로 메모리 전략을 전면 개편하고 미래 수요를 정확히 읽어낸 기술 리더십의 결과다.
삼성전자의 전략적 판단 미스, 범용 메모리 수요 하락,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 AI 시장 폭발—all of these가 SK하이닉스를 세계 메모리 시장의 새로운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앞으로의 싸움은 더 치열해질 것이다.
하지만 2025년 1분기, 역사는 분명히 한 페이지를 새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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